전광판엔 응급실 가동률… 쉴 틈 없는 상황실 직원들 -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 빌딩 7층에 있는 ‘긴급 대응 응급 의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 중증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상황실을 열었다. /박상훈 기자

지난 13일 서울 중구의 한 빌딩 7층에 마련된 정부 ‘긴급 대응 응급의료 상황실’. 전광판에는 전국 응급실 병상 가동률과 지역별 환자 이송 통계 등이 표시됐다. 응급의료 상황실은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정부가 갈 곳 잃은 중증·응급 환자와 여력 있는 병원을 연결하기 위해 지난 4일 만든 것이다. 상황실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설치됐다. 17일 오후까지 3860여 건의 응급 연락을 주고받았다. 상황실 근무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과 공중보건의 8명, 응급구조사·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42명 등 총 55명으로 구성됐다.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권역을 나눠 맡는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 빌딩 7층에 있는 ‘긴급 대응 응급의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 중증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상황실을 열었다. /박상훈 기자

이날 오후 3시 30분, 경상권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걸려왔다. 한 70대 여성이 집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20여 분의 심폐소생술(CPR) 끝에 심장박동은 되살렸지만, 응급수술이나 입원 치료를 할 여력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담당자는 환자 상태와 필요한 치료 등을 모니터에 빠르게 입력했다. 통화 내용을 듣던 공보의가 잰걸음으로 다가와 메모지에 추가로 확인할 사항을 적어 보여줬다. 상황실이 1시간여쯤 수소문한 끝에 이 환자는 100여㎞ 떨어진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 공보의들은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환자 중증도와 필요한 처치 등을 종합해 이송이 가능한 병원을 판단한다. 공보의 류광준(33)씨는 “걸려오는 전화 대다수가 환자 목숨이 걸린 내용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오후 4시 30분 직원들 모니터에 ‘상담 건수 61건’이란 문자가 찍혔다. 그 시각까지 61건의 응급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뜻이다. 24시간 최대 300여 건의 응급 전원 상담을 처리한다고 한다. 한 근무자는 “온종일 일해야 할 때는 냉수를 계속 마시며 졸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지난 12일 오후 6시쯤엔 서울에서 패혈증을 앓는 80대 환자를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상황실이 2시간 가까이 30곳 넘는 병원에 연락을 돌렸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환자 상태는 빠르게 악화했다. 포기하려는 순간 마지막에 전화했던 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보내도 된다”는 연락을 해왔다. 병원 측은 “상황실의 연락을 받았을 땐 심폐소생술을 하던 환자가 있어 (수용이) 어려웠지만 다행히 빨리 여력이 생겼다”고 했다. 김정언(45) 중앙응급의료센터 실장은 “병원들도 피로가 쌓여 날이 서 있다”며 “그럼에도 환자를 받겠다고 연락해주는 병원들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응급 환자가 아니면 돕기 어렵고, 환자를 옮길 병원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 13일 오전 10시 22분쯤, 경기도 오산의 한 병원에서 ‘네 살짜리 입원 환자를 옮겨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담당자는 “지금은 응급실에 있는 환자만 도울 여력이 있다”며 요청에 응하지 못했다. 지난 9일 새벽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은 심정지 후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를 옮길 만한 병원을 찾아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담당자 이모(28)씨가 10곳 넘는 병원에 연락을 했지만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환자를 보내야 하는 병원과 받아야 하는 병원의 중간 입장”이라며 “(전원할 병원을 못 찾을 땐) 환자 보호자들처럼 답답하고 피가 마른다”고 했다. 당시 상황실은 이 환자의 이송을 돕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 ‘4개 권역’ 응급의료 상황실은 모두 서울에 있지만 다음 달 1일엔 수도권은 서울에, 충청권은 대전에, 전라권은 광주에, 경상권은 대구에 각각 문을 열 예정이다.

☞긴급 대응 응급 의료 상황실

응급실에 실려온 중증·응급 환자를 해당 병원이 진료하기 어려울 때 환자들을 옮길 수 있는 병원을 찾아준다. 수도권·경상권·전라권·충청권 등 4권역으로 나눠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