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군 돌봄커뮤니티센터는 화천초등학교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다. 전체 면적 5135㎡(약 1500평)인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이다. 군 관계자는 “매년 16억원의 유지비가 들 것으로 추정하는데 불필요한 사업을 없애 충당할 계획”이라고 했다. 12일 센터 1층으로 들어서니 공으로 가득 찬 풀장이 나왔다. 만 4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실내 놀이터’다. 2·3층은 학습실과 실내 체육관 등을 갖췄다. 1~6반까지 있는 학습실에선 학교처럼 담임 교사가 특별 활동 수업을 한다. 이날 조리실에선 초등학교 2학년 16명이 ‘타코(멕시코 음식)’를 만들고 있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플라스틱 칼로 방울토마토를 썰었다. 실내 체육관에선 테니스를 배우느라 바빴다. 김정남 아이 돌봄 TF 팀장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스포츠나 요리 같은 수업을 넣어 달라는 학부모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센터는 먼 곳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센터는 초등학교 1·2학년 80명의 방과 후 돌봄뿐 아니라 초등~중3까지를 위한 ‘영어 아카데미’ 수업도 운영한다. 학생 108명이 학원처럼 ‘레벨 테스트’를 거친 뒤 입문·기본·심화반으로 나눠 하루 40분씩 수업을 듣는다. 수업 후엔 독서실 같은 4층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할 수도 있다. 전부 무료다. 원어민 영어 교사는 인근 지역에서 ‘스카우트’해 왔다. 군 관계자는 “센터 개관을 위해 10년 가까이 준비했다”고 했다. 윤모(46)씨는 초3·5 아이 둘을 센터에 보내고 있다. 그는 “작은 동네라 교육에 고민이 많았는데 센터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종일 아이를 봐주는 데다 고학년에겐 영어도 무료로 가르쳐줘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두 아들의 엄마 김다은씨는 지난 3일 둘째를 낳고 화천군이 지은 공공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천군 주민은 산후조리원 2주일 사용료 180만원을 모두 지원받는다. 김씨는 “저렴해도 시설이 좋지 않으면 인기가 없을 텐데 (여기는) 1인 1실에 깔끔해 예비 엄마들이 들어오려고 줄을 선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군인이라 언젠가는 화천을 떠나야 하지만 아이 키우기가 좋아 가능하면 오래 머물고 싶다”며 “주변 군인 부부들도 화천에 있을 때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도 아이 낳는 것 자체가 (국가에) 의미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화천군은 10년 전부터 저출생 대책을 하나씩 마련해 왔다. 지방 소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작년부터 출산 지원금을 셋째 이상 150만원에서 아이 1명당 300만원으로 올렸다. 매년 20명 정도의 초등·중학생을 뽑아 뉴질랜드로 3주간 연수를 보내준다. 중고생 입시를 위해 서울 유명 학원 출신 강사가 상주하는 학습관도 운영 중이다. 현재 중3 학생 18명과 고교생 48명 등 66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이 원하면 학습관에 딸린 숙소에서 먹고 자며 공부할 수도 있다. ‘기숙 학원’인 셈이다. 식비 30만원만 내면 수업료와 숙박비가 모두 무료다. 5년 전부턴 지역 출신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소득과 무관하게 부모가 화천에서 3년 이상 거주 중이면 받을 수 있다. 다만 직전 학기 성적을 첫째는 3.0, 둘째는 2.5, 셋째는 2.0 이상 받아야 한다. 화천에는 대학이 없다. 화천 출신 대학생의 다른 지역 거주비도 매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화천군 관계자는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초·중·고에서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최대한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출산과 양육, 사교육비 등 부담을 덜어줘야 아이를 낳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화천 출산율이 2021년 1.2명에서 재작년 1.4명으로 올랐다가 작년엔 1.26명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멀리 보고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