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올해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입학 정원 2000명을 비수도권에 82%(1639명), 인천·경기에 18%(361명)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는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2000명 증원’을 못 박은 것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교육 여건과 지역 의료 현실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다”며 “의대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했다.
정부는 2000명 중 1639명을 비수도권 27대학에 집중 배정했다. 현재 49~142명인 경북대 등 지방 국립대 7곳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 서울대(135명)보다 커진다. 수도권에선 서울대·연세대 등 서울 8곳 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않는다. 대신 정원 50명 미만인 인천·경기 ‘미니 의대’ 5곳에만 361명을 배정했다. 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 의료 격차, 수도권에서도 서울·경인 간 의료 여건 편차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는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의료계 반발로 의대 정원 351명을 감축한 점도 언급했다. 한 총리는 “2000년의 타협이 2035년의 의사 부족을 초래했고, 2024년의 갈등과 분란을 낳았다”면서 “지금의 혼란과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도 의대 정원 확대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의료계는 반발했다. 대한의학회는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 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모든 조치를 철회하라”고 했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며 예정대로 25일 사직서를 내겠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의 규탄 성명도 이어졌다. 연세대·고려대 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 배정 계획을 철회하라”고 했다. 전국 의대·의전원 학생 대표들도 “증원하면 카데바(해부용 시신)가 부족해 실습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며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