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 단국대 교수 /단국대병원 제공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지난 22일 한 의료 전문 매체에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글을 보냈다. 기고문 주요 내용을 이 교수 동의를 얻어 그대로 소개한다.

먼저, 제가 사직은 지금 불가능하고, 내년 2월에 가능하다고 한 의견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대학 업무 1년의 시작은 보통 3월이지만 우리 의대는 빠르면 1월 또는 2월입니다. 처음 1월에 업무를 맡았다면 본인이 그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는 특별한 상황 외에는 1년의 업무를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 등과 같이 중간에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나쁜 상황이 된 경우 외에는, 사직을 하려면 최소한 업무를 정리하고 인계할 사람이 있으면 인계를 해주고, 인계받을 사람이 없으면 업무를 종결한 후에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사직서를 제출하면 그런 기간이 보통 한 달이 주어집니다.

그래픽=백형선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학생과 전공의들은 나름대로 고민하여 3월에 새로운 업무를 맡기 전에 사직해 나갔습니다. 물론 나가기 전에 우리에게 입원, 중환자실, 응급실 환자를 인계했고, 사직서와 임용 포기서도 제출하고 나갔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사직할 때 해야 할 의사로서의 도리는 물론 행정적인 업무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나갔습니다.

그러면 저도 그런 사직의 도리를 다하고 사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 초에 2024년 1년의 업무를 완료하겠다는 묵시적 동의하에 병원, 학교 업무를 시작했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년 2월까지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의 학생 휴학과 전공의의 사직이 천재지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은 학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올 6월에 예정된 강의와 올 2학기 실습 수업을 완료할 책임이 제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수로서 사직을 한다면 내년 2월 말에야 가능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 교수 사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정말 한 달 후에는 병원과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도 ‘교수의 사직서 제출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쇼”를 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쇼”가 아닌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정말로 한 달 있다가 병원, 학교를 떠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 달 후에 병원을 떠나실 수 없을 겁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쇼”를 우리가 한다면 복지부, 정부에게 눈과 귀가 가려진 국민들은 “‘의사 새x’들이 우리를 버리고 떠나더니 이제는 ‘의사 새x 애미 애비’도 우리를 버리는구나”라고 욕을 더 할 것입니다. 그러면 떠난 우리 아이들이 더 크게 욕을 먹습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눈과 귀를 열었던 국민들도 다시 눈과 귀를 닫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정부는 의새를 이길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의새는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공의들이 사직할 때 우리에게 중환자, 응급 환자를 포함한 필수 의료를 맡기고 떠났습니다. 그들이 떠날 때 우리에게 인계를 했기 때문에 ‘의료 대란’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떠나면 정말로 ‘의료 대란’입니다.

의사들은 노동자로서 ‘수가 인상’과 ‘안정적 진료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복지부, 정부는 그 요구에 전혀 걸맞지 않게 갑자기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으로 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의사 파업은 모든 선진국에서 여러 번 발생했고,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그 파업이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상식적인 복지부, 정부라면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우리의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반영했겠지요.

‘국민의 생명권’ 유지와 같은 사회의 필수 서비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돼서는 안 됩니다. 의사가 파업을 할 경우에는 응급 의료와 암 수술 등의 필수 의료는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의사 파업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을 지키면서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우리 교수들입니다. 우리마저 사직을 하면 필수 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말로 ‘의료 대란’이 일어날 것이고 변명의 여지없이 ‘의사’가 정말 ‘의새’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사직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제가 보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후 받아줄 병원과 의사를 확보해 모두 전원 보낸 후에 사직하겠습니다. 그 전에는 비록 지치고 힘이 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의사로서의 역할을 모두 다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