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교수 3000여 명이 25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예’와 ‘대화 협의체 구성’을 제의했지만, “의대 2000명 증원·배정을 철회하라”며 사직서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고, 책임진 환자 진료를 마친 뒤 병원·대학을 떠날 것”이라며 “정부는 2000명 증원을 철회하라”고 했다. 성명에는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대·연세대·울산대·고려대 등 19개 의대가 참여했다. 경희대 등 6개 의대는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시 사직서를 낼 것’이란 입장이다. 나머지 15개 의대도 교수 일부가 사직서를 냈거나, 사직서 제출 여부·시기 등을 논의 중이어서 대학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정부의 증원·배정 철회가 우선”이라고 했다. 다만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증원 백지화가 ‘(증원)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사실 등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25일은 면허정지 사전 통지를 받은 전공의 중 35명의 의견 제출 기한이 만료되는 날이다. 26일부터 바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대처’를 주문하면서 정부는 처분을 잠정 보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계 등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했다. 한 총리는 26일 서울대 의대에서 의대 교수 등 의료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정부는 일단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했지만, ‘2000명 증원’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도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증원을 기반으로 의료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도 당장 병원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수들이 이날부터 진료·수술 등 업무를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다음 주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하기로 하면서 진료 공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목숨은 의료계·정부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며 “환자들에겐 지금 당장 의사들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