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자가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 선거에서 26일 임현택(54)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됐다. 임 당선자는 지난 20일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자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 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된다. 이런 그가 유일한 법정 의사 단체인 의협 회장에 당선되자, 정부와 환자 단체 등에선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가 아예 불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27일 임 당선자를 만나 의대 2000명 증원 등에 관한 입장을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당선 직후 ‘의대 정원을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가 발전 측면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옳지 않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건 공학자 등 과학자들, 기업가와 노동자들 덕분이다. 의사를 많이 만들 게 아니라 이공계 인재를 더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정부가 자꾸 본인들에게 유리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의사 통계만 갖고 와서 비교하는데, 우리나라만큼 의사 보기 쉽고 좋은 의료 환경을 갖춘 나라는 없다.”

-왜 하필 500~1000명인가.

“소아과·산부인과 등 기피과 전문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의사 중에 그 분야를 떠난 분이 많다. 그분들이 돌아오도록 한다는 가정,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500~1000명 정도 의사 수를 줄인 뒤 그 이후를 논의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소아과·응급실을 경험해본 국민 다수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의사 숫자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당 신경외과 의사 수가 미국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런데도 뇌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사망했다. 일이 너무너무 힘든데 보상은 너무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소아과도 전문의 수는 많지만 소아 진료를 안 하고 요양병원 같은 곳으로 빠지는 것이다. 이제 의대생이 소아과 간다고 하면 부모들도 뜯어말린다. 그러면 보상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필수 의료 패키지’라고 내놓은 것도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 부분은 구체적 내용 하나 없고, ‘의료사고 특례법’도 맹탕 수준이다.”

임 당선자가 지난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 회의장에 진입하려다 경호원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는 모습이다./뉴스1

-복지부 장차관 파면이 ‘대화 전제 조건’이라고 했는데.

“정부 측 책임자들 아니냐. 정부의 문제는 파시스트처럼 2000명 증원을 일방 추진했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현장 의사들 얘기는 듣지 않고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대화를 하려면 복지부 장차관과 해야 할 텐데 이 사람들을 믿고 갈 수 없다. ‘경질’ ‘해임’이 아니라 퇴직 급여까지 삭감하는 ‘파면’을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 여야 후보로 각각 출마하는 안상훈 전 사회수석, 김윤 서울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부의 의대 증원 논리를 사실상 만든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교수의 경우엔 최근 몇 년간 복지부 연구용역을 쓸어담았는데, 개인 재산이 32억원이 넘는다.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

-정부 측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최종 판단 권한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다. 대통령도 ‘내가 이 사람들 말만 듣고 전적으로 잘못 생각했다’는 사과 또는 유감 표명 정도는 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말 의료계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장차관 파면도 당연히 하실 것으로 본다. 하루빨리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기대한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환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강성’ 의협 회장 당선으로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 우려도 크다.

“이 사태를 초래한 것이 과연 의사인지, 아니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정치인·관료·폴리페서들인지 생각해달라. 누구보다 환자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정부·여당에서 의료 현장 전문가들을 모욕하고 우리 의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없앤 사람들에게 ‘그래선 안 된다’ ‘전공의·교수님 얘기 좀 들으라’는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다.”

-동네 의원까지 문 닫게 되는 ‘총파업’을 우려하는 국민도 많다.

“정부가 면허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하거나 민·형사소송이 제기돼 전공의·의대생, 교수 중 한 사람이라도 다치는 경우엔 총파업을 불사할 것이다. 그런 불행한 사태가 안 일어나도록 정부·여당이 움직여야 한다. 2020년 파업 때는 개원의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았지만(10% 안팎), 이번엔 그때와 다를 것이다. 3월 3일 했던 여의도 집회를 보라.”

-의협의 대표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대화를 거부 중인 전공의들을 불러올 수 있나.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5만681명 중 65.3%가 투표에 참여했다. 직전 선거(48.3%)보다 훨씬 높았다. 정부가 개원의 단체라고 폄하해선 안 된다. 지금도 일부 전공의와 소통하고 있고, 의협이 논의의 장을 마련하면 전공의 뜻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의협 대응 방향을 정하기 전에 항상 전공의·의대생·교수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방침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자는

1970년생.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000년 충남대 의대 졸업 후 2005년까지 건국대병원에서 수련했다. 2007~2015년 충남 아산에서 소아과 의원을 운영했다. 2016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뒤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