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정부·여당이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을 정한 간호법은 작년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그런데 1년 뒤 이 법을 반대했던 정부·여당이 내용을 수정해 ‘여권발(發) 간호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르면 28일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27일 의료계와 여당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준비하는 이번 간호법안엔 작년 ‘민주당 간호법안’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된 ‘지역사회’ 문구는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간호법안’ 중에는 ‘모든 국민이 의료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당시 의사 단체는 “간호사들이 지역사회에서의 의료·돌봄을 독점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의료계 인사는 “지역사회를 삭제하고 그 빈자리엔 간호사들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넣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PA(진료 보조) 간호사의 업무를 적시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혈액검사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했던 PA 간호사는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 논란이 많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이탈한 전공의들의 빈 자리에 PA 간호사들을 투입했는데 이들이 ‘나중에 의료법 위반 고발을 당할 수 있다’고 호소해왔다”며 “이번 기회에 PA 간호사를 법제화해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명확히 규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법안엔 간호사가 ‘재택 간호 전담기관’을 독자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사 사회에선 이 조항을 놓고 “간호사가 지방의 노령자 자택을 방문해 의료·요양 행위를 하는 걸 허용하는 법안”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간호사에게 의료·요양 기관 설립 권한을 주는 내용이란 뜻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정부·여당이 지난해 내걸었던 반대 근거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작년엔 간호 관련 사항을 의료법에서 떼어 내 별도의 법안을 만드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간호법을 만들면 다른 지역인 간호조무사 등도 별도의 법을 요구하면서 직역 간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했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7일 브리핑에서 “작년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 과정에 있을 때 정부·여당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내용이 있다”며 “현재 정부 여당에서 준비하는 간호사법은 그 중재안을 바탕으로 해 기존의 간호법 내용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