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특임원장 겸임)은 26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 달이 되면 적지 않은 대학 병원들이 의사·간호사의 월급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무급 휴가를 보내는 병원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서울의 빅5 병원도 6개월 이상 못 버틴다”고 했다. 국내 가장 큰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을 포함한 70여 곳(부속 병원 포함) 대학 병원 대부분이 1~2개월 내 구조 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상 30개 이상을 갖고 있는 전국 3500여 개 병원의 병원장 모임이다. 국내 규모별 병원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단체로 꼽힌다.
현재 빅5 병원도 하루 10억~30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1000억원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최영석 충북대병원장도 지난 19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전공의 이탈) 사태가 5주째로 접어들면서 입원 환자 등이 40% 이상 줄어 일일 수익이 3억여 원 감소했다”며 “4월부터는 매월 90억여 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돼 자금 차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신 정책위원장은 “(위급한 환자를 살리는) 수술이나 시술은 (규모가 큰) 병원에서 하는 것이지, (입원 병상이 거의 없는) 개인 의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아무리 의사들이 (외과·응급의학과·흉부외과 등) 필수 의료를 지키고 중환자실을 돌보겠다고 해도 병원이 어려워지면 응급·중증 환자들은 치료 자체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는 “각 병원이 자금 융통을 해서라도 최소한의 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도 관련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정부는 현재 전공의 이탈로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대학 병원을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하고 있다.
신 정책위원장은 “전공의들 중 복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지만 복귀하면 ‘왕따’가 되는 분위기여서 망설이고 있다”며 “이탈한 전공의(약 1만명)의 절반 정도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복귀 못 하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행한 직원 무급 휴가의 기간을 최장 30일에서 100일로 연장했다. 전공의 이탈로 진료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무급 휴가 기간을 늘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