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11곳 병원에서 근무하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지난달 20일 집단 이탈한 후 외부와의 접촉을 끊다시피 했다. 정부의 거듭된 대화 제의와 스승인 의대 교수들의 중재 시도에도 이탈 전공의 1만여 명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1~2명 전공의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입장을 밝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의료 파행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전공의들도 조금씩 의견을 밝히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이 소속된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협의회는 2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들이 만든 팸플릿을 공개했다. 이들은 팸플릿에서 “환자 여러분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현장 (의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며 “한국의 의료는 최상의 퀄리티(질)에도 의료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이하인 의료 선진국”이라고 했다. “하향 평준화,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국내 의사 수에 집중하지 말고, 우리나라 의사들이 제공하는 ‘의료 질’에 주목해 달라는 뜻이다.
이들은 이어 “당일 응급 수술이 가능한 고관절 치환술(고관절 일부 인공물로 대체), OECD 평균이라면 3달이 넘는 대기가 필요하다”며 “당일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또 “소아과 오픈런(매장이 열리는 순간 입장)과 응급실 뺑뺑이는 (의사) 숫자의 부족이 아닌, (의사의 병원·지역별) 분포와 시스템의 문제”라며 “가득 찬 대학 병원 응급실의 절반 이상은 ‘경증 환자들’이고 (이로 인해) 중환자는 뺑뺑이, 2차 병원(중형 병원)은 텅텅”이라고 했다.
18개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도 지난 27일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소아과 의사가 부족하게 된 이유는,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소아과 진료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정책과 정부의 방임 때문”이라며 “성인과 달리 소아 진료는 장시간과 많은 인력, 기술을 요하지만 현재의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