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과 관련,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 주장은 왜곡”이라며 “정부 출범 후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 왔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 현안 협의체’에서 작년 초부터 19차례 논의하는 등 총 37차례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했다는 것이다.
의정(醫政)이 30차례 이상 만난 건 사실이다. 다만 만난 자리에서 의대 증원 관련 내용이 얼마나 언급됐는지 등은 불확실하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한 명도 증원하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애초 구체적 증원 규모 협의는 어려웠다”고 했다. 의료 현안 협의체에 참여한 의료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관련한 협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2000명 증원’을 통보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올해 1월 15~16일 의협 등 6단체에 공문을 보내 적정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의협 측은 “일방적인 2000명 증원 발표(2월 6일) 직전에 한 요식행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라고도 했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전문의(봉직의) 평균 임금 소득은 19만2749달러(약 2억6000만원)로 자료가 제출된 28국 중에선 가장 높았다. 다만 미국·일본·호주·스위스 등 10국은 빠져 있다. 또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연간 15.7회)는 OECD 평균(5.9회)의 약 3배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18.5일)도 일본(27.5일) 다음으로 길다. 급여 수준이 높지만, 기본적인 업무량도 많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2000명 증원’의 근거에 관해선 “국책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검토한 결과, 최소 1만명 이상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정부가 증원 근거로 든 3개 연구 보고서에 “2035년엔 우리나라 의사가 1만명 이상 부족할 것”이란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은 사실이다. 다만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없다. 연구자들은 ‘500~1500명 증원’ 등을 시나리오별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