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안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전북 전주시에 사는 A(64)씨는 지난해 12월 지역 종합병원에서 식도암 진단을 받았다. 서울 대형 병원의 검사를 거쳐 지난달 수술을 받기로 했었다. 하지만 A씨의 수술은 기약이 없다.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병원에서 “수술이 연기됐다.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암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기약 없는 수술을 무작정 기다려야 해 애가 탄다”며 “암 환자 한 명 아픈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 수십명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의정(醫政) 대치가 길어지면서 환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러달 전에 예약한 수술과 진료가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됐고, 다시 일정을 잡으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사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경우도 있다. 환우회 카페 등에는 “아버지가 폐암인데, 두 달이나 수술이 밀렸고 그사이에 임파선에 전이됐다” “암 2기인 예비 장모님의 수술이 담당 의사의 사직서 제출로 취소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암 환자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중 한 곳은 하반기 진료 예약을 인터넷으로 받는다” “인터넷 예약보다는 전화로 확인해보는 게 좋다”는 식으로 병원 정보를 공유했다.

전공의들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이를 성토하는 글들도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정부와의 협상 도구로 생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등이다. 반면 “전공의들을 그렇게 쉽게 매도할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환자 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환자 단체들은 “환자의 불안과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시의적절한 치료를 놓치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의 조치를 해달라”고 했다. 조 장관은 “환자와 가족의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의료진이 환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화와 설득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