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일 오전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4.2/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의 4일 만남을 두고 의료계 반응은 엇갈렸다. 전공의들은 “밀실 협상”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교수들은 “만남 자체가 의미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전공의는 “사전에 전공의들 의견을 모아 대통령과 만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기에, (이번 만남이) 박 비대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한 폭력적 조치들에 대해서도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직서를 낸 류옥하다 전공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그와 비대위원 11명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 전공의와 의대생 다수의 여론”이라며 “총선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저의(底意)를 의심하게 된다”고 했다. “의대생과 저연차 인턴·레지던트들의 의견은 거의 배제됐다”고도 했다. 또 다른 전공의도 “대전협 비대위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적어도 실질적 정당성은 갖췄어야 한다”며 “지난 2월 이후 귀를 닫은 비대위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패싱했다. 모두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대전협 비대위를 제외한 나머지 전공의들 목소리를 듣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는 뜻이다.

반면 교수들은 둘의 만남에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의 방재승 위원장은 본지에 “만남은 너무 다행”이라며 “2000명이라는 숫자보다, 전공의가 말할 ‘복귀 조건’을 대통령이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방 위원장은 “둘의 만남이 성사되기 전에 교수와 전공의들 사이에서 ‘대통령에게 이용당할 수 있으니 만나지 말자’는 의견도 많았었다”고 했다. 전의비 소속 다른 교수는 “이번 만남을 통해 정부와 전공의 모두 양보하는 결론이 도출됐기를 기대한다”며 “치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현 사태가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는 “만남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박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밀실 결론을 내리고, 전체 전공의들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후폭풍이 클 것이다. 어설프게 타협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