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이 3월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주최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상황을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700여 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인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출범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의협 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응급실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비대위 성명문을 발표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500여 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00여 개의 병원 응급실에서 나갔다”며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이들의 피로와 탈진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교수들의 업무 단축은 앞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다급하게 내놓은 정책들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과) 아무런 상의나 교감을 하지 않은 졸속 탁상행정”이라며 “실제 응급의료 현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의 대안은 ‘전공의가 돌아오고, 교수는 나가지 않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매일 브리핑 때마다 ‘잘 대처하고 있고, 큰 문제는 없으며, 모든 준비가 돼있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대학교수 등 전문의 의료진들이 이탈하면 정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턴들의 임용 포기 이후 벌어질 연쇄 반응으로 향후 5년간의 전공의 부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또한 비대위는 “전공의 대표와의 무의미한 만남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전 국민이 알게 됐다”며 “정부는 정치적 시간 끌기를 그만하고 대화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이 그토록 떳떳하고 정당하다면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모두 즉시 수리하고 의과대학 학생들의 휴학도 조건 없이 승인하라”고 했다.

이어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이 아니다”라며 “의료 개혁을 이야기하려면 10년 후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해당 목표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용한 돈이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돈이) 필수 의료 현장에 (앞서) 투입됐다면 이토록 문제가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현장을 지키는 단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무너지면 이 나라의 의료가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찬성하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진정으로 대화하길 원한다면 전공의들에 대한 초법적인 금지 명령부터 철회하라”고 했다. 이어 “진정한 해결을 위해 (정책 결정을) 백지화하고, 의료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비대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인 행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