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소아환자의 보호자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는 사진./연합뉴스

충북 보은 여아 익사 사고를 놓고 의료계에선 “당시 전원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대학병원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애초 물에 빠져 ‘병원 밖 심정지’가 온 소아 환자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이동 거리가 긴데도 무리하게 전원을 강행할 경우 다시 심정지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발표된 질병관리청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에 따르면, 질병 외(외상) 원인으로 발생한 병원 밖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3.8%(2022년 기준)밖에 안 된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보은 여아는 살리기 어려운 환자였고, 전원 시엔 무엇보다 환자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소아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소아 뇌전증 등 다른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료 취약지’에선 살릴 수 있는 환자도 못 살리는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보은한양병원 김형성 총괄본부장도 “보은 지역에 응급 환자가 발생해도 상당수는 청주나 대전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력·장비를 더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해줘도 환자들 ‘골든타임’을 몇 분이라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환자·응급 환자 중에서도 특히 의료 취약지에 사는 소아 환자는 우리 의료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충북엔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도 없고, 도내 대학병원에 소아외과 전문의도 한 명도 없다.

소아 중환자·응급 환자 치료는 특히 난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그런데 병원 입장에선 의료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가 낮은 반면 치료 장비 유지 등에 드는 비용은 커 운영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도시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에서 소아 중환자실(PICU)을 갖춘 병원은 13곳밖에 없다. 평균 병상 수도 12개뿐이다. 이 때문에 소아 중환자의 55%가 성인 중환자실(ICU) 등에서 치료를 받는다. 소아 중환자실 입원 시 생존율은 성인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보다 1.6배 높지만, 병원 입장에선 운영이 쉽지 않다. 소아 진료 수가 문제 등으로 어린이병원 중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세브란스 어린이병원도 한 해 수십억~100억원대 적자를 본다.

은호선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신생아·소아 중환자와 응급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점점 줄고 있고, 관련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지방에서도 살릴 수 있는 소아 환자를 못 살리는 일은 없도록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