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 단체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의대 교수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일부 의대 교수도 그를 공개 비판하는 등 의료계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발단은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이 12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1만2000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는 글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글 가운데 의대 교수를 ‘착취 사슬 중간 관리자’라고 표현한 대목을 인용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주말 내내 논란이 이어졌다. 일부 교수는 “전공의들을 지키려고 사직서도 냈고, 응급·중환자 치료만 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착취의 중간 관리자’라고 하니 분노가 치민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공의들을 제자이자 후배로, 같은 전선에 선 동료로 생각했는데, 적으로 돌려 배신감을 느꼈다”는 말도 나왔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박 위원장 글에 댓글로 “자기 지지 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라며 “사제간이 아닌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라면 더 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 의대 교수는 “박 위원장이 지난 4일 대통령 면담 직후에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짧은 글만 올려 의료계 안팎의 혼란을 가중시켰는데, 이번에도 취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올렸다”고 했다.

반면 일부 교수는 “(박 위원장의 글에) 틀린 말은 없다. 교수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대학 병원의 한 교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상 자의건 타의건 수련 병원 교수가 ‘착취의 중간 관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한편 불화설이 나오던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 측은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와 당선인의 소통이 부족했지만, 의협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했다. 임 당선인도 “‘14만 의사들 모두 하나’라는 합의를 이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가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