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가 “의대 증원분을 받은 32개 대학은 올해 입시에 한해 증원 인원의 50~100%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의료계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줄어든 증원 규모 역시 근거가 없다”며 연일 강조해왔던 ‘원점 재논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전공의는 “정부에서 들어야 할 의견은 총장들의 의견이 아니라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라며 “총장들이 제시하는 내용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무엇보다 전공의들과 의견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전공의 1360명을 대표해 보건복지부 장차관 고소 기자회견 발표자로 나섰던,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 정근영씨는 “총장들이 하루아침에 과학자가 되어 증원 규모를 정하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증원 숫자에만 매몰돼 동네 마트에서 물건 사듯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한 것인데, 이를 의료계가 믿고 따라야 하는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 밖에 “2000명 증원분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전공의도 있었다.
전공의·의대생 피해 발생 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관련 전문가 단체를 포함해 의료계 등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규모를 제시했기 때문에, (총장들이) 증원 규모를 50%로 조정한다고 해도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교육을 담당하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증원을 신청한 총장들의 안일한 사고가 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50% 수준으로 증원 규모를 줄여도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가장 큰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라는 기본 입장에서 변함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 증원과 증원분 배정이 애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라며 “발표 내용을 보고 복귀할 전공의와 의대생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당사자인 대학 구성원들과 협의한 이후 증원 규모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