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15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세탁된 가운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19일 내년도 의대 증원분(2000명)의 50~100%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 기존 ‘2000명 증원’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런데 전국 40곳 의대 학장들은 21일 대정부 호소문을 내고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하지 말고) 동결하라”고 발표했다. 앞서 19~20일에는 40개 의대 교수 단체와 대한의사협회도 “의대 증원 방침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밝혔다. 전공의 단체도 “증원 백지화 없인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양보 안(案)’ 발표 이틀 만에 전체 의료계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다시 대치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의료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25일부터 교수들마저 이탈해 응급 환자 수술이 막히는 의료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는 25일은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민법상 이때부터 전임 의대 교수들이 낸 사표는 수리 여부와 상관 없이 효력이 생긴다. 교수 단체들은 의대 40곳에서 사표를 낸 교수는 3000~4000명 선이라고 하고 있다. 40개 의대 전임 교수의 25~33% 수준이다. 이들이 모두 나가면 전국 대형 병원의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면 정부는 “20일까지 대학 총장에게 실제 사표를 낸 교수는 전체의 1.5% 수준인 180여 명이어서 당장 의료 대란이 벌어지진 않는다”고 했다. 전공의 이탈 초기 30%대였던 전임의(세부 전공 중인 전문의)의 재계약 비율이 최근엔 60% 가까이로 증가한 것도 대형 병원들의 인력난에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암초’가 있다. 이달 30일은 각 대학이 내년도 의대 입시안을 최종 확정하는 날이다. 이날이 지나면 1000~2000명 의대 증원이 확정된다. 증원 백지화를 요구해온 교수들을 자극할 수 있다. 또 다음 달 초부터 수업 거부 중인 1만여 명 의대생이 집단 유급을 당하게 되면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