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10 총선 후부턴 ‘전공의 복귀’보다 ‘의대 교수 이탈 막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전공의가 복귀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남아 있는 교수를 지켜야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다”(정부 핵심 관계자)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교수들의 이탈 여부와 정도를 결정 지을 수 있는 3대 분수령이 다가온다”는 관측이 많다.
①25일부터 ‘자동 퇴직’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사표를 냈다. 이달 25일부터는 사표 수리가 안 돼도 민법에 따라 ‘자동 퇴직’ 처리가 되는 교수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교수 단체는 최근까지 사표를 낸 의대 교수가 3000~4000명 선이라고 하고 있다. 대형 병원의 수술·입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교수 이탈률 30% 초과’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형 병원이라고 해도 심·뇌혈관 등 세부 분야의 진료·수술을 할 수 있는 교수는 1~3명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1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남아 있는 교수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 응급 환자 수술이 극히 어려운 상황이 된다.
반면 정부는 교수 대부분이 ‘물러나겠다’는 뜻만 외부에 밝혔을 뿐 실제 사표를 총장에게 낸 사람은 지난 20일까지 18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5일에 사표를 낸 교수는 한 명도 없어 오는 25일부터 의료 파행이 생긴다는 건 근거 없는 루머”라며 “사표를 낸 180명 중 160명 정도는 충북대(60명)와 경상국립대(100명) 의대에 집중돼 있어 전국적인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당수 의대가 사표 제출 인원을 정부와 의사 단체에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직 인원은 정부도, 교수 단체도 모른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대량 사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②30일 지나면 증원 확정
25일을 넘겨도 닷새 뒤 두 번째 고비가 닥친다. 30일은 각 대학이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 등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야 하는 마감 일이다. 이날이 지나면 정부의 의대 증원안이 확정돼 협상의 여지가 없어진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던 교수 단체가 반발할 수 있다. 서울의 대형 병원 교수들은 “정부가 수백 명 선에서 증원을 하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지금처럼 1000명 이상을 갑자기 늘릴 경우 사표를 내고 곧장 병원을 떠나겠다는 교수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등의 회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을 계속 논의하겠다”고 했다.
③5월 초 집단 유급
이달을 넘겨도 곧바로 암초가 나온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학생의 대부분인 1만여 명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 중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정해진 수업 일수의 3분의 1 정도를 채우지 못하면 유급된다.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대량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그동안 교수 단체들은 “제자인 전공의나 의대생에게 불이익을 주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왔다. 여러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이 집단 유급을 당하면 의대 교수 비대위에서 갖고 있던 수천 명의 사직서가 총장에게 일괄 제출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교수들이 전공의들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가긴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의료계 인사들은 “지금 대학 병원에 있는 필수 진료과 교수들은 돈보다는 연구와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며 “아픈 환자가 눈에 밟혀 어떻게 떠나겠느냐”고 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은 21일 병원장 명의로 호소문을 내고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전공의들에게 복귀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최근 의대 증원 문제가 대학의 자율 결정 등 유연하게 전환됨에 따라 의대 교육과 병원의 진료가 전환점을 마련할 계기가 생겼다”며 “우리 앞에 있는 환자의 불편과 진료 공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진료와 교육의 현장에 복귀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