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24일 “저를 포함한 비대위 수뇌부 교수 4명이 5월 1일부로 사직한다”며 “(병원을 떠나는) 4명은 모두 필수 의료 교수”라고 했다.
방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혈관이 터지거나(뇌출혈) 막히는(뇌경색) 환자를 응급수술하는 신경외과 의사다. 응급 뇌혈관 질환은 증상이 생긴 지 4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생명을 잃거나 장애가 남는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수술과 입원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방 교수까지 사직하면 뇌혈관 환자의 응급수술은 큰 차질이 생긴다.
사직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 A 교수와 B 교수도 필수 진료과 의사다. A 교수는 심장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진 환자들을 수술하는 흉부외과 의사다. 심혈관 환자는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면 급사할 수도 있다. B 교수는 신경외과 의사로 뇌암으로 알려진 뇌종양 환자 수술을 맡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술 시기를 놓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진다.
나머지 한 명은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다. 그는 만성피로를 겪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이 환자들은 특별한 원인 없이 6개월 이상 극도의 피로와 기억력 장애, 소화기관 이상 증세에 시달린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담당 교수의 사직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진료나 수술이 연기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환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울대 교수 전원 사직한다는데 우리 교수님 포함될까 무섭다’ ‘기사 하나 뜰 때마다 마음이 저린다’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중증 뇌출혈 환자 보호자에 따르면,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의 뇌출혈 환자 진료 대기는 최소 2~3개월이라고 한다. 이 보호자는 “의료 파업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엄마를 기적처럼 돌봐줄 병원을 찾고 싶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다음 달 종양성 용종 제거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한 환자는 지난 24일 병원 원무과에서 “담당 교수가 사직했으니 다른 의사한테 수술을 받거나 병원을 옮겨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담당 교수한테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5월 1일에는 이들 외에도 최소 2명의 서울의대 교수가 추가로 병원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교수는 1명이 없어도 그 교수 때문에 영향받는 환자가 상당하다. 교수 사직의 의미는 그만큼 크다”면서도 “5월이면 의료 붕괴가 오는데 병원에 남아서 환자를 지킨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