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 일부 교수들이 휴진에 들어간 30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 등이 원무과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학교의료원, 경상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이날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지만, 실제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4.30/뉴스1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이 개별 휴진에 들어간 30일 각 병원은 대체로 정상 운영됐다. 휴진에 참여한 교수가 많지 않아 환자들이 우려했던 ‘진료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휴진한 교수들도 환자들에게 미리 알려 진료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8시 찾은 서울대병원 외래진료센터에는 별도의 휴진 안내문이 걸려 있지 않았다. 오전 일찍부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진료받기 전 필요한 혈액 검사 등을 위해 대기했다. 진료과별 항암 치료실이 있는 암병원에도 100여 명의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정상 운영됐다. 이미 예정된 진료·수술 일정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가 많았다. 교수들은 휴진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꺼렸다고 한다. 간호사 등 직원들에게도 ‘휴진하는지 묻지도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교수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 비대위 차원에서 휴진을 결의했는데, 정상 진료하는 사실이 사전에 알려져 곤란해지는 걸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고려대 교수들도 이날 휴진을 예고했으나, 고려대의료원 산하 고대안암병원·구로병원에서는 대부분 진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고대구로병원은 병원장이 나서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며 교수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 병원의 한 교수는 “교수협의회에서 집단 사직과 휴진을 결정했지만, 의무는 아니다”라며 사직서를 내지 않았고, 휴진에도 동참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하루 외래 환자가 1만명 이상에 달하는 국내 대표 종합병원이다. 두 병원의 외래 진료가 마비되면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측은 “일괄 휴진이 아니라 교수들이 자율적·개별적으로 휴진을 택하는 것이라 평소처럼 진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다만 외과가 전면 휴진하는 등 병원이 평소처럼 붐비지는 않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엔 교수 455명 중 38명(8.4%)이 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측도 “휴진이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이날 교수들의 휴진과 관련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으로,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병원은 없다”면서 “정부는 중증·응급 환자 등 진료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진료 대란은 없었지만,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췌장암 환자인 A씨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불편한 게 많은데, 여기서 더 진료를 쉬면 환자들은 다 죽을 판”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은 B씨도 “언제까지 환자들이 마음을 졸여야 하느냐”고 했다.

휴진한 일부 교수들은 토론회를 열거나 피켓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휴진하는 대신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열었다. 발표를 맡은 최기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의사들이 앞장서 파시즘과의 기나긴 투쟁을 시작하자”고 했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는 불통과 독선으로 의료계와의 신뢰 관계를 망가뜨리고 있고, 전공의를 악마화하면서 국민과의 신뢰 관계까지 깨버리고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7명이 “전공의와 학생이 복귀할 수 있도록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일부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데 너무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를 위해 의협,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의료계와 정부 간 일대일 대화에 대비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