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충식(64)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은 1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을 더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의료계에 손을 내밀고 있다”며 “교수들은 사직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제자(전공의·의대생)를 설득해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 의장은 산부인과 전문의다. 아기 5000여명을 받았고, 지금도 진료한다. 그가 의장인 이 재단은 경남 창원의 수련 병원인 창원한마음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 의장은 2021년 “의사과학자 양성에 써달라”며 포스텍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한양대·부산대에도 각각 100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 문제를 의사 ‘증원’보다는 ‘복원’ 관점으로 보고 타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복원이란 게 무슨 뜻인가.
“의약 분업 사태로 2006년 의대 정원을 351명 줄인 뒤 지금까지 정원이 19년째 그대로다. 내년부터 351명을 추가해 뽑아도 이들이 전문의가 되기까진 10년 이상이 걸린다. 정원 감축으로 29년간 덜 배출된 의사 1만명을 이번에 복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1만명을 증원하겠다고 했는데.
“증원이 아니라 복원이라면서 의료계를 더 설득해야 했다. 새로 늘리는 게 아니라, 없어졌던 의대 정원 1만명을 되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가 부족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금도 의사 수가 모자라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방 의료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우리 병원만 해도 일부 과는 월급 4000만~6000만원(세전)을 준다고 해도 의사가 안 온다. 모든 과가 인력난이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의 근거가 비과학적이라고 한다.
“2006년 의대 정원 351명을 줄인 건 과학적 근거가 있었나. 당시 정부가 의약 분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제시한 정치적, 비과학적 감원이란 지적이 많지 않았나.”
-필수 의료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가 낮은 건 사실 아닌가.
“그렇다. 가령 우리나라 제왕절개술(초산) 수가는 100만~200만원으로 일본 제왕절개 분만비의 30% 밑이다.”
-의료계는 수가를 올리면 필수 진료과 의사도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수가 인상과 의사 증원 둘 다 필요하다. 수가는 그대로 두고 의사만 늘리면 모두 피부 미용 쪽으로 빠질 것이다. 또 의사 수는 두고 수가만 높이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최소 두 배는 늘 것이다.”
-전공의 이탈이 70일을 넘었다.
“전쟁 중에 적군(敵軍)도 살려야 하는 직업이 의사라고 생각한다. 중증·응급 환자까지 다 두고 떠난 것은 잘못됐다. 학생들이 걱정이다.”
-왜 걱정하나.
“교수·전공의는 어쨌든 의사 면허가 있어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은 의사가 아니다. 피해가 환자 다음으로 클 수밖에 없다. 학생만은 이번 사태에서 빼야 했다.”
-의사협회 등에선 ‘단일 대오’를 자주 언급한다.
“무책임하다. 일부 의협 간부는 경찰에 출두하면서도 백바지에 선글라스를 끼고 커피를 들고 나타나거나, 5월엔 한 번도 경험 못 한 의료 대란을 볼 것이라고 발언했다. 결과적으로 의사 집단 악마화를 돕는 격이 됐다. 그 피해는 전공의·학생들이 받고 있다.”
-정부 대응도 비판을 받았다.
“초기에 법만 앞세우면서 고압적이었다. 의사는 자존심이 세다. 좋든 싫든 이런 특성을 인정하고 대화·설득해야 했는데, 강 대 강 대치로만 갔다. 대화·양보 시점도 항상 한두 박자 늦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기를 몇 명 받았나.
“5000여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지인들에게 ‘창원 젊은이들 다 내가 받았다’고 농담하기도 한다.”
-이번 사태 후 환자가 늘었나.
“입원·수술 환자가 10~15% 정도 늘었다. 얼마 전엔 서울아산병원을 다니던 환자가 우리 병원에서 간 이식을 받았다. 역설적으로 의료 전달 체계가 정상화되는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