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진료 보조) 간호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간호법’이 이르면 이달 안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복지부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간호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제출했다.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를 참고해 법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은 지난해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당시 정부는 “의료 기관(병·의원 등) 밖으로 간호 업무가 확대되면 국민이 의료 기관에서 간호 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렵게 된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무산된 민주당 간호법은 간호사가 병원 등 의료 기관 외에 ‘지역사회’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역사회’ 범위가 모호해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이번 간호법에서는 ‘지역사회’ 문구는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재추진한 간호법과 올해 유의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에서도 삭제된 바 있다. 이번에 복지부도 이를 그대로 따랐다. 대신 ‘보건소, 병원, 약국, 학교, 기업, 공장, 환자 집’ 등 구체적인 장소를 열거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 대신 의료 행위를 해오던 PA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도 법으로 정하기로 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간호사들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 등으로만 규정한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흔히 하는 혈액 검사, 상처 소독 등 의료 행위는 원칙적으로 의사의 일이다. 그러나 의사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는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해왔다. 특히 전국에 1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PA 간호사들은 대리 처방, 수술 보조 등 전문 의학 지식이 필요한 의사 일까지 도맡아 했다.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추후 복지부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유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 중 간호사가 간호 기관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유 의원의 간호법에는 “간호사는 재택 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환자 집으로 찾아가는 간호 제공 기관을 간호사가 의사 없이도 세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해당 조항이 의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외에는 병·의원 등 의료 기관을 세울 수 없다.
정부·국회의 간호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들은 “PA 간호사의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고 의료 현장은 불법이 판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2일 취임한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 농단이자 교육 농단’으로 규정하며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정책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나아가 한심한 정책인지 깨닫도록 하겠다”고 했다. 의협 새 집행부는 이날 첫 상임 이사회 회의를 열고 ‘범의료계 협의체’에 대해 논의했지만, 정책이사를 맡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30일 임 회장은 “의협을 중심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정부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박 위원장은 “협의한 바 없다. 임 회장의 독단적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 새 집행부가 추진하는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 수술 준비부터 수술 보조, 수술 부위 봉합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한다. 미국·영국 등에는 법적으로 규정된 제도지만, 우리나라 의료법엔 근거 규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