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중환자의학과에서 안윤혜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안윤혜(31)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올 2월 임용된 신참 교수다.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그는 교수로 임용되기 전 이곳에서 전임의로 2년간 근무했다. 호흡·혈압 등 활력 징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중환자를 치료하는 바이털(생명) 의사다. 안 교수는 지난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건 특권”이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을 줄 기회는 아무나 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도 13시간째 근무 중이던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환자들을 좀 더 봐야 한다”며 서둘러 중환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선(死線)을 헤매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안 교수는 어린이날 연휴도 내내 병원을 지킨다. 안 교수뿐이 아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소속 교수 46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96.5%가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고 답했다. 안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크고, 앞으로도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했다.

-왜 중환자의학과를 지망했나.

“코로나가 유행할 때 전공의 과정을 밟았다. 당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전사’처럼 일했다. 의사로서 보람도 컸고, 이런 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함을 느꼈다.”

-후회는 없나.

“중환자를 보는 의사로서 어디에서 일하든 가장 쓸모 있는 곳에 있고 싶다. 그게 지금은 여기 같다. 속상하지만 중환자실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의사들은 왜 중환자실 근무를 꺼리나.

“먹고사는 문제다. 미용(의사)을 하면 편하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이런 선택 방안이 있으면 빠져나가게 된다.”

-다른 의사에게도 영향을 미칠까.

“필수 의료를 전공했던 선배들이 다른 일을 하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일에 찌들어 있는 걸 보면 새로 진입하는 의사들도 필수 의료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월급을 많이 받고 싶어서 수가를 올려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병원도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가 되든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필수 의료가 유지될 수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통해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증원이든 감원이든, 숫자를 논의하는 건 핵심을 못 보는 것이다. 증원만을 거론하면서 필수 의료 개선 방안 등 다른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본질을 외면하고 증원 문제에만 매달리면 지금 갖고 있는 문제들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근무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오전 7시 30분쯤 출근해 환자를 살핀다. 정규 근무는 오후 6시까지이지만, 회진 등을 챙기다 보면 그때 퇴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통상 저녁 9시쯤 돼야 퇴근하고, 10시 넘어 병원에서 나갈 때도 많다. 인턴·레지던트 같은 전공의 역할부터 전임의, 교수 역할까지 4명 몫을 해야 한다. 중환자는 방금 상황을 확인했더라도 돌아서면 또 달라진다. 긴장을 풀 수 없다.”

-4명 몫을 한다는 의미는.

“환자가 들어오면 입실 동의서, 수혈 동의서 등 각종 서류를 받아야 한다. 동시에 기본 처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집중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동의서는 인턴이 받고, 기본적 처치는 레지던트가 한다. 전임의는 이 과정이 정확하게 이뤄졌는지는 1차적으로 확인하고, 추가로 필요한 시술을 한다. 교수는 전체 흐름을 보면서 난도가 있는 삽관 등을 맡는다. 이 모든 걸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퇴근하면 쉬나.

“사실상 24시간 전화 대기다. 체력 관리를 위해 수영을 하더라도 휴대폰은 챙겨 간다. 응급 환자나 중환자실 입실이 필요한 환자가 생기면 언제든 챙겨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주로 어떤 환자를 보나.

“항암 치료를 하다 부작용이 생기는 등 활력 징후가 심각하게 좋지 않은 환자들을 본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호흡이나 혈압 유지가 안 되는 환자들이다.”

-보람을 느낄 때는.

“가망이 없던 환자가 의료진 도움을 받아 회복했을 때다. 단순한 생명 유지를 넘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을 때 특히 보람을 느낀다. 의학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의 환자가 존엄성 있게 최후를 맞이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