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정부 회의록’이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6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의대 증원 주요 회의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관련 법령을 위반한 담당 공무원을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의대 증원 관련 주요 회의는 ‘의료 현안 협의체’ ‘보건의료 정책 심의위원회(보정심)’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심)’ 등 3개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3개 회의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공개하지 않는 걸 문제 삼고 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7일 오후 2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대 증원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보정심과 배정심이 법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또 “(배정심) 회의록은 없고 요약본만 작성한 것도 ‘공공기록물 은닉·멸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현안 협의체’는 법정 위원회가 아니라서 회의록을 작성할 법적 의무가 없어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의협과 협의를 거쳐 회의 내용은 보도 참고자료 등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보정심 회의록은 법에 따라 작성했고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부 소관인 배정심 역시 법정 기구가 아니라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은 의대 교수 등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의대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 실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3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을 대책을 10일까지 내달라고 전국 40개 대학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학사 운영 방식의 예시로 ‘학기제’ 수업을 ‘학년제’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대학들은 1년을 2학기로 나눠 학기당 15주씩 수업하는 것을 학칙으로 정하고 있다. 올해만 ‘학기제’ 대신 ‘학년제’로 운영하는 걸로 학칙을 바꾸면 하반기부터 내년 2월까지 연속 30주를 수업할 수 있어 ‘집단 유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