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에 의사들의 휴진을 규탄하는 게시물이 게시돼 있다./뉴스1

보건복지부가 전국 병원장들에게 ‘의대 교수들의 사직·휴직으로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복지부는 이 공문에서 “갑작스러운 진료 중단 또는 진료 예약 취소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했다.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으며, 환자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래픽=김하경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대한병원협회에 보냈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상 30개 이상을 갖고 있는 전국 3500여 병원의 병원장 모임이다. 복지부는 의대 교수가 사직·휴직하는 경우,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병원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 ‘환자에게 진료 관련 변경 사항과 사유를 충분히 설명할 것’ ‘주치의를 변경해 주거나 다른 병원을 안내할 것’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병원협회는 이달 3일 전국 병원장 회원들에게 “보건복지부에서 현행 보건의료기본법·의료법에 따라 병원에서 주치의 사직·휴직 등으로 진료 변경 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조치해 줄 것을 요청하니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공지했다.

한편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11주가 지난 가운데, 전국 수련 병원들은 진료·수술 환자 수가 급감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희대병원 등 병원 7개를 산하에 두고 있는 경희의료원은 다음 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 희망퇴직 시행 등을 고려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3월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매일 수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은 지난 3월 전체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앞으로 6개월 동안 급여 일부를 반납한다는 내용의 ‘급여 반납 동의서’를 보냈다. 반납 금액은 월 48만원·116만원·자율 중 선택하도록 했다.

다른 수련 병원들도 비상 경영 체제, 무급 휴가, 희망퇴직, 마이너스 통장 등의 방법으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빅 5′ 병원 중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 등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으며, 비수도권에서는 순천향대천안·부산대·경상국립대·아주대·전남대·조선대·제주대병원 등이 비상 경영 중이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말까지 500병상 이상인 전국 수련 병원 50곳의 전체 수입은 2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6645억원)보다 약 4238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