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6일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의료계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내년도 입시부터 최대 1509명의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의료계는 “대법원에 재항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의 모습./뉴스1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의대 교수와 전공의·의대생 18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법원에 낸 집행 정지 사건 항고심(2심)에서 의료계의 요청을 기각·각하했다. 의대생은 의대 증원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소송 당사자라고 판단했지만, 의대 증원 효력을 정지하면 ‘필수 의료 인력 확보’라는 공공 복리가 크게 훼손될 수 있어 기각 결정했다. 나머지 교수와 전공의는 의대 증원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집행 정지 신청 자격 자체가 없다고 보고 각하 결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의대 증원)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 의료, 지역 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법원의 기각·각하 결정으로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직후 87일 간 이어진 ‘의정(醫政) 갈등’이 일단락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최대 1509명의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의대 입시요강을 공고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대 증원을 위해선 각 대학이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학칙을 변경해야 한다. 그런데 40곳 의대 중 절반인 20곳은 아직 학칙 개정을 하지 않았다.

지난 7일 부산대는 교무회의를 통해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부결한 바 있다. 학칙 부결 사태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교육부는 최근 “(부결) 대학에 시정 명령을 하고, 듣지 않으면 학생 모집 정지 등의 행정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학칙 개정을 부결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정부가 이 대학들에 ‘학생 모집 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의정(醫政) 갈등은 더 심해지고 수험생의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19개 의대가 소속된 전국의대 비대위(전의비)는 15일 총회를 갖고 “법원에서 집행 정지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근무 시간을 재조정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전의비 내에선 ‘일주일 동시 휴진’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의료계 인사들은 “전공의 복귀는 더 힘들어졌다”며 “정부가 전공의 장기 미복귀를 전제로 각급 병원 가동 계획을 짜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