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의대 교수와 전공의·의대생 18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2심)에서 의료계의 청구를 기각·각하했다. 이로써 내년도 의대 입시에서 최대 1509명을 늘리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래픽=이철원

재판부는 이날 “(의대 증원으로 인해) 의대생은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 처분(의대 증원)의 집행을 정지하면 필수·지역 의료 회복을 위한 필수 전제인 의대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의대생의 학습권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 개혁이라는 공공 복리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2000명 증원 규모와 관련, “수치 자체 근거는 다소 미흡하다”면서도 정부 정책 추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협과 ‘협의’할 의무가 있을 뿐, 반드시 ‘합의’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의사 파업에 대해서는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자 중 교수와 전공의는 의대 증원의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고 보고 소송 제기 자격이 없다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원 결정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의료 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입시 계획(모집 요강)을 발표할 방침이다.

의료계 측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재항고를 통한)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대법원 결정은 빨라도 1~2개월이 걸려서 모집 요강 공고를 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법원 판결을 계기로 의료 정상화 조치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