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벌어진 가운데 의사과학자 양성은 구조적인 문제로 계속 가로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과학자는 환자 진료 대신 바이오 신약, 첨단 의료 장비 등 새로운 의료 기술을 연구해 산업 활성화 등에 기여하는 의사를 말한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16일 발간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조사관은 “보건복지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전담 의대를 새로 만들기보다 지방 의대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이공계 우수 인력이 의료계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거나, 의과학 교육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대 연간 졸업생 약 3800명 중 의사과학자가 되기 위해 기초의학을 전공한 사람은 30명 정도다. 의대 졸업생들이 의과학대학원 박사 과정에 지원하지 않아 이공계 졸업생으로 충원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의과학대학원 의과학과(기초의학) 의사 신입생은 2014~2018년 5년 동안 총 26명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의사과학자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의 담당 부처는 복지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분산돼있다. 각 사업을 연계해 정부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구조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소 25곳 직원의 평균 연봉(2022년 기준)은 9370만원인 반면, 의료기관에서 월급받는 의사들의 평균 연봉(2020년 기준)은 1억9115만원이다.
김 조사관은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 체계와 교육 과정을 적용해야 한다”며 “국가 책임의 강력한 의사과학자 양성 추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