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현재 21대 국회에 올라 있는 연금 개혁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의 비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받는 돈 비율)도 40%에서 44~45% 선으로 높이는 방안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모수 개혁은 어떤 방안이라도 젊은 세대들이 충분히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22대 국회에서는 중장기 미래 연금 체계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다층 체계 가운데 0층(기초연금)과 1층(국민연금 및 공무원 등 직역연금), 2층(퇴직연금), 3층(개인연금) 등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기존 국민연금 제도를 남겨두되 미래 세대를 위한 신(新)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해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려면 앞으로 보험료율을 최대 35%(2078년)까지 높여야 하므로, 미래 세대가 15.5% 보험료율로 같은 소득대체율을 누리도록 연금을 분리하자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구(舊)연금의 적립금 고갈이 더 빨라져 국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결국 경제 활동층인 젊은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비슷한 차원에서 납부 보험료는 고정돼 있지만, 수령 연금액은 유동적으로 가져가는 스웨덴식 확정기여(DC) 방식으로의 연금 개혁도 거론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받는 연금액까지 정해져 있는 확정급여(DB) 방식인데, 스웨덴은 앞서 DB에서 DC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2004년 개혁을 통해 향후 100년간 장기 재정 균형을 달성하도록 하고, 기대 수명과 출산율 등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자동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 제도를 도입한 것도 본받을 만하다”고 했다. 지난해 프랑스는 연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야당과 노동조합을 포함해 70%에 달하는 여론의 반대에도 정부가 밀어붙였다. 독일 역시 2001년과 2004년 개혁을 통해 연급 수급 연령을 상향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한 연금 전문가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 70%에 월 최대 33만4810원(올해 기준)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향후 미래 세대에 지속적인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도 했다. 여야는 지난 대선의 ‘기초연금 월 40만원 지급’ 공약에 따라 기초연금을 매년 확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2001년부터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을 통해 개인이 납부하는 기여율(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을 기존 7%에서 9%로 단계적으로 높였고, 최대 36년의 재직 기간에 대해 1년당 지급률(연금 지급액 합산을 위해 평균 소득에 곱하는 비율)을 기존 1.9%에서 1.7%(2035년 기준)로 낮췄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특수직역 연금 수급 노인의 월평균 수급액은 203만원으로 국민연금 수급 노인(36만9000원)의 5.5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