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데이터과학자 겸 영화 제작자로 일본에서 활동 중인 스티븐 쇼(52) 감독은 24일 조선일보·대한상의가 주최한 저출생 콘퍼런스에서 “인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추구하지만, 인구 감소는 한번 시작되면 반전시키기 어렵다”며 “지방 소멸 같은 각국의 저출생 여파는 적어도 향후 5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앞에선 쇼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출생 격차(birth gap)’가 상영됐다. 그는 “합계 출산율은 숫자가 다 비슷해 보이고 저출생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라며 ‘출생 격차’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50세 인구’ 대비 ‘50세 인구와 (추후 그들을 부양해야 할) 신생아 수 간의 격차’를 뜻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저출생이 심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한 나라의 50세 인구가 100만명, 한 해 신생아 수가 55만명이라면 출생 격차는 45%(100만-55만/100만)다.
쇼 감독은 “많은 나라가 ‘출생 격차’ 50%대를 넘어섰는데, 한국의 출생 격차는 70%에 달한다”며 “그나마 낙관적인 요소 하나는 젊은 세대 숫자가 줄면서 채용 시장 등에서 그들에게로 ‘힘’이 이동하고 있고, 직장 내 일·가정 양립 문제도 개선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쇼 감독은 앞서 23일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의 저출생 세션에서는 구글이 선정한 미래학 분야 최고 석학인 토머스 프레이(70) 다빈치연구소장과 대담했다. 프레이 소장은 “폴 에를리히 스탠퍼드대 교수가 인구 급증기인 1968년에 쓴 베스트셀러 ‘인구폭탄’에서 ‘많은 사람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며 “앞으로는 저출생에 대응하는 여러 정책과 트렌드가 그간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생에 따른 ‘두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10년 뒤엔 ‘아이가 있어야 거주 자격을 주는 지역사회 공동체’가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또 “10년 뒤 개개인은 임신 후 유전공학자들을 찾아가 유전자를 조작해 더 건강하고 지능이 높은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 ‘슈퍼 베이비’를 낳으려 할 것”이라며 “이른바 ‘슈퍼 베이비’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슈퍼 베이비가 슈퍼 휴먼으로 성장할 것이고, 누가 더 많은 슈퍼 휴먼을 보유하는지를 놓고 국가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게 된다”며 “결국 여성이 임신 기간 받는 사회적 대우를 포함해 출산과 양육에 관한 우리 모두의 사고방식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