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병원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4일 철회했다. 병원장들에게 내린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도 함께 거둬들였다.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 여러분들이 집단행동이 아닌 개별 의향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환자와 국민,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진료공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사직서 수리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병원별로 전공의 규모가 다르고,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개인별 사정도 다르기 때문에 사직서 수리 기한을 정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복귀에 따른 여러 제도 개선 등의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복귀도 재차 촉구했다. 조 장관은 “각 병원장들께서는 전공의의 개별 의사를 확인하여,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상담, 설득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차질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조 장관은 “수련기간 조정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겠다”며 “이 경우에도 수련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다만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이 아니더라도 수련 기회의 제한 등 차이를 두겠다고도 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본격화해 과중한 근무시간을 확실히 줄이겠다”며 “전공의 수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수련 환경을 전면 개편하고, 재정지원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의료인력전문위원회에서 전공의 관련 대책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현재 36시간인 전공의 연속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과 함께, 현재 80시간인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 단체에서 제시한 제도 개선사항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전문의 인력 확충 방안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 여러분들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잠 설쳐가며 헌신해 온 것을 국민들은 기억할 것”이라며 “전공의 여러분들이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한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이제는 정부가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이탈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