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파업(전체 휴진)에 나서기로 결정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2월 16일 전국 의대 가운데 처음으로 소속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2월 전국적으로 벌어진 전공의 의료 현장 이탈보다 3~4일 앞선 시점이었다. 전국 수련 병원 전공의 이탈은 세브란스병원이 앞장섰지만, 의대 교수들 반발은 유독 서울대병원에서 강하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대형 병원들이 ‘집단 휴진’을 선언한 지난달 초 전국 40개 의대 부속 병원 88곳 중 87곳은 정상 진료를 했다. 단 1곳만 외래 진료가 평시(전공의 집단 이탈 후 기준)보다 10% 정도 줄었는데, 분당서울대병원이었다. 지난 4월에는 서울대병원 산하 소아신장분과의 재직 교수 2명 모두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말뿐 아니라 행동에 나선 것이다.
보통 국립대 교수면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전국 의대 교수들 중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자부심이 특히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병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전문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앞장서서 만든 대한민국 선진 의료 체계를 정부가 망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정부가 의료계의 자긍심을 꺾었다는 분노도 유독 서울대에서 강하다”고 했다. 또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다 보니, 전공의 ‘입김’도 세다. 이날 의료계에선 서울대병원 소속 한 전공의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에) 교수들 책임이 매우 크다” “여러분들의 행동은 지나치게 늦었다”라며 비판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와 별개로 (서울대 교수들이) 전국 의과대 교수 집단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계 관계자들은 “실제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다른 민간 병원들이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한 앞으로 정부가 서울대병원을 설득해 파업을 무산시킨다 해서 다른 병원들의 반발이 줄어드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대병원이 병원들 사이에서 대표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국립대 병원과 하루 수억~수십억 원씩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민간 병원들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말도 의사들 사이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