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의 완전 취소를 요구하며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정부는 ‘수용 불가’ 의사를 명확히 했다. 9일엔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총파업 대응 방안도 발표한다. 국내 최고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총파업 선언으로 의료 대란이 다시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정부도 “이번엔 밀릴 수 없다”며 총력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7일 “서울의대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전체 휴진 명분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을 전면 취소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물러설 만큼 물러섰다. 행정명령 전면 취소 요구는 ‘완전한 면죄부’를 달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법치를 망가뜨리는 요구고, 정부로서는 당연히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병원 내외부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무기한 휴진은 환자들의 불편을 넘어 안전에도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서울대병원장으로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 왔지만, 이번 (총파업) 결정은 동의하기 어려우며,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환자 단체의 반발도 변수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법을 어기고 집단행동을 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조치를 취소하라는 교수들의 요구는 적반하장”이라며 “의대 교수들이 오히려 제자들을 앞세워 의사 집단의 이익을 지키려는 데 급급한 행태”라고 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환자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진료를 아예 안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정규 진료실을 닫더라도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응급실 등의 진료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분수령을 9일로 보고 있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강경 투쟁을 선포할 예정이다. 의협은 “교수, 봉직의, 개원의 등 모든 직역이 한뜻으로 나서는 최대 규모의 단체행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의 발표를 도화선으로 전국 40개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다른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휴진 투쟁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전의비 측은 7일 “의협의 집단행동 방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협보다 30분 앞선 9일 오후 1시 30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브리핑을 연다. 한 총리가 직접 발표와 질의응답을 하고,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배석한다. 브리핑에서는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직서 수리 금지 철회, 서울대 교수들의 총파업 선언에 대한 대응 방침, 의대 학사 운영 정상화 방안 등이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출구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의대생들의 복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의대생 집단 유급이 현실화되면 내년부터 수년간 의대 교육이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7일 의대가 설치된 대학 총장들과 만나 의학 교육 선진화 방안과 의대생 유급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총장들은 이 장관에게 구체적인 지원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한 한 총장은 “정부가 연도별로 자세하게 행정·재정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는 학생들을 설득하고 집단 유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장관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