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의 교수 비대위가 ‘전공의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오는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투석실 등을 제외한 수술과 외래 진료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의정(醫政)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이후 개원의가 주축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그다음 날인 18일 하루 전면 휴진을 발표했고, 전국 의대 20곳 교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전의비)도 휴진에 동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의료계 인사들은 “관건은 서울대 병원 교수들과 개원의들의 휴진 참여율”이라고 보고 있다. 참여율이 낮으면 환자에겐 큰 불편이 없다. 반면 참여율이 높으면 국내 중환자 치료 핵심 기관인 서울대 병원 가동이 중단되고, 다른 병원으로 파업이 번질 수 있다. 개원가(街)에선 ‘오픈 런’ 현상이 일상화될 수 있다. 정부는 휴진 참여율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①참여율 15% 미만
서울대 병원 교수들의 휴진 참여율이 15% 미만일 경우, 정부가 교수들에 대한 진료 유지 명령이나 업무 개시(복귀) 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은 낮다. 예정된 중환자 수술과 외래 진료가 더 연기될 수는 있겠지만 수술·진료 기능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서울대 병원 휴진 참여율이 높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주도한 ‘투쟁 방식’ 설문에선 전체 교수 1475명 중 750명만 참여했다. 이 중 찬성한 의사는 513명으로 전체 교수의 34%다. 교수의 66%는 반대하거나 투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찬성한 교수들도 실제 행동(휴진)을 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서울대 병원 교수들은 공무원 신분이다. 서울대 병원장이 최근 ‘전면 휴진 불허’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휴진을 강행할 경우 해당 교수들은 ‘무단 근무지 이탈’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어 부담이 더 크다.
정부는 동네 병·의원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개원의도 참여율이 15% 미만일 경우 환자들에게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법상 개원의들은 관할 지자체장에게 집단 휴진 참여 여부를 미리 고지하게 돼 있어 휴진율을 사전에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②15% 이상~30% 미만
파업 참여율이 15% 이상이 되면 정부는 서울대 병원 교수들과 동네 병·의원 의사들을 상대로 진료 유지 명령과 업무 개시 명령 발동을 본격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는 “서울대 병원 교수의 15%가 이탈하면 가동 중단되는 진료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가령 전국 소아 투석 환자의 50~60%를 치료 중인 서울대 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2명이 전부인데, 최근 둘 모두 의대 증원에 항의하며 사표를 내 환자 부모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서울대 병원 교수의 참여율이 15%를 넘어가면 휴진율이 급속히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원의 휴진율도 15% 이상이 되면 환자들이 다니던 인근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생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료 파업 때도 각 지자체에 ‘병·의원 휴진율이 15% 이상이 되면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지침을 통보했다.
③30% 이상
서울대 병원의 휴진율이 30% 이상이 되면 정부는 각종 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주동자에는 형사 고발도 할 수 있다. 휴진율이 30% 이상이 되면 사실상 서울대 병원 가동이 중단될 공산이 크고, 다른 병원으로 파업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휴진 참여율이 30%를 넘으면 교수 이탈로 수술을 못 하는 진료과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 대학 병원도 세부 진료과 교수는 1~3명 정도다. 교수 셋 중 한 명이 빠지면 남은 교수들이 몇 배로 늘어나는 수술·진료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도 큰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내에선 “먼 동네에 있는 내과, 소아과로 원정 진료를 가거나 아침에 병원 문이 열리자마자 환자들이 들이닥치는 ‘오픈 런’ 사례가 빈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