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에 의사들의 휴진을 규탄하는 게시물이 게시돼 있다. /뉴스1

17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혈관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A씨는 11일 ‘수술 취소 문자’를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문자에서 “현재 의료 공백 사태 등으로 예정된 정규 수술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자 안전을 위해 예정된 수술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이번 상황이 종료되면 우선적으로 연락드리겠다”고 밝혔다. A씨는 “수술이 갑자기 취소됐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17일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병원 교수들이 대거 총파업(전체 휴진)에 나서기로 하면서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올 초 시작된 의료 대란 여파로 가뜩이나 어렵게 잡은 수술과 진료가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경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병원에서 연락을 못 받은 환자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구강암 환자 B씨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검사를 받아왔다. 19일 병원을 찾아 전이 여부를 최종 확인하기로 했는데 B씨는 “집단 휴진 여파로 진료가 취소될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의협과 대학병원들이 집단 휴진한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벼랑 끝에 선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18일 항암치료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의사들의 휴진 여파로 예약일이 미뤄졌다는 환자도 있었다.

환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지는 상황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느냐” “환자들은 목숨이 달려 있는데 의사들은 자기만 생각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환자는 환우회 커뮤니티에 “‘감옥’ 타령을 하는 의사 중에 목숨 걸고 파업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며 “환자들도 의사협회에 찾아가서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는 글도 남겼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가 빨리 갈등을 봉합해, 의사와 환자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