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문 병원들에 이어 전국의 아동 병원들도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차원의 총파업(전면 휴진)에 불참키로 13일 결정했다. 아픈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병원 문을 닫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용재(60)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환자인) 아이들을 위해 18일 휴진 불참 결정을 했다”며 “이미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매일 새로 오는 중증·응급 환자들 때문에 문을 닫을 수 있는 아동 병원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병상 수 30개 이상인 전국 소아청소년과 병원(아동 병원) 130곳의 모임이다. 한 병원당 매일 아이들 200~1000명을 진료한다. 최 회장 역시 경기 의정부시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과 함께 하루 평균 200명의 소아 환자를 보고 있다. 전날 전국 분만 병원 140곳이 속한 대한분만병의원협회도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해 ‘18일 정상 진료’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130곳 아동 병원이 정상 진료하나.
“휴진은 각 병원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18일에) 문을 닫을 수 있는 아동 병원은 없다고 본다. 요즘 대학 병원은 당장 숨 넘어가는 정도의 중증이 아니면 아이들을 받아줄 여력이 안 된다.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피 검사도 못 받고 아동 병원으로 오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 병원이 문을 닫으면 그 아이들이 위중해진다. 우리도 파업에 동참하고 싶지만,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이 특히 위험해지나.
“아동 병원에는 폐렴, 장염 증세가 심한 아이들도 많이 온다. 대학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 매일 경련을 막아주는 약을 먹는 8세 아이가 최근 심한 폐렴으로 우리 병원에 왔다. 입원시켜 매일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장염으로 탈수가 심한 아이도 오래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생긴다. 쉽게 회복할 수 있는 병도 골든 타임을 놓치면 아이들이 위험해진다.”
-교수들은 진료 일정을 조정한다는데.
“아동 병원 중에는 3개월 치 진료 예약이 차 있는 병원도 있다. 이 날짜를 바꾸기는 굉장히 어렵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경련 같은 만성 질환으로 병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진료는 못 바꾼다. 이 아이들은 진료를 받고 약을 꾸준히 먹어야만 한다.”
-서울대·세브란스 파업을 어떻게 보나.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아동 병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중한 환자를 보는 대학교수들이 무기한 파업을 한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뜻이다.”
-아동 병원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인근 아동 병원으로 많이 보낸다. 응급실에서 24시간 진료를 하면 국가에서 수십억원을 지원해주는데, 이 돈은 대형 병원이 받고 치료는 아동 병원이 허덕이며 했다. 정부가 아동 병원도 잘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지원을 해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