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교수들의 휴진 결정으로 환자분들에겐 죄송할 따름이지만, 중증·희소질환·응급환자 진료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휴진 결정은 진료 현장에서 이제 더는 버티기 어려운 교수들의 ‘마지막 호소’”라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 등을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상태다. 강 위원장은 “지금 정부에 ‘내년도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같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하려면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최소한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행정명령부터 취소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무기한 휴진을 택할 수밖에 없었나.
“더는 남은 선택지가 없었다. 전공의들이 떠난 뒤 교수들이 넉 달간 진료 현장에 남아 정부와 대화도 시도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하나둘 나가떨어지는 상황에서 마지막 교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겠느냐는 절박함에서 정부 조치를 촉구하는 휴진을 결의하게 됐다.”
-요구 사항이 정확히 뭔가.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복귀 명령을 ‘철회’한다고 했지만, ‘취소’가 돼야 한다. 취소는 소급 적용돼 복귀 명령이 아예 없던 일이 되는 반면 철회는 정부의 철회 시점부터 적용된다. 2~6월 행정명령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언제든 다시 물을 수 있어 전공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다. 대화를 하려면 서로 ‘존중’이 있어야 하는데, 전공의들을 ‘범법자’로 남겨둔 채 대화할 순 없다.”
-행정명령을 취소하면 휴진을 접겠다는 뜻인가.
“비대위원장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가 그런 결단을 한다면 일단 신뢰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교수들이 휴진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의사들은 존중받길 원한다. 정부가 의사들의 사직할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해주고, 의료 정책을 상시 논의할 의·정 협의체 구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 그것이 전공의 복귀로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의·정 대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휴진할 경우 교수들이 직접 환자에게 연락해 진료 예약을 미루나.
“그렇다. 교수들이 직접 하고, 너무 바쁘거나 직접 하기 어려운 교수들은 비대위가 도우려 한다.”
-많은 환자와 가족이 힘들어한다.
“교수들도 휴진이 두렵고 환자들께 죄송하다. 내가 보는 환자도 일주일에 100명 이상 된다. 하지만 ‘올바른 의료 체계’를 만들어 국민 건강을 잘 돌보기 위한 선택이다. 이렇게 더는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 돼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니 헤아려주시면 좋겠다. 전체 휴진을 선언했지만, 입원실·중환자실·응급실은 정상 가동된다. 휴진 기간에도, 다른 어떤 비상 상황에도 당장 서울대병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