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책이 다수 포함됐다. 내년 1월부터 육아휴직 급여가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된다. 아빠 출산휴가는 기존보다 2배 길어진 근무일 기준 20일, 휴일을 포함해 한 달로 늘어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현재 6.8%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으로 높이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월 최대 150만원이다.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 생활 안정을 위해 급여 상한액을 월 최대 250만원으로 올린다. 휴직 첫 3개월은 250만원을, 다음 3개월은 200만원, 7개월째 이후는 160만원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1년간 육아휴직을 쓸 경우 휴직급여가 1800만원에서 2310만원으로 510만원 오른다. 또 기존에는 육아휴직 급여 가운데 75%만 주고 25%는 따로 떼어놨다가 복직 6개월 뒤 한꺼번에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전액을 매달 지급한다. 육아휴직 기간 실제 받는 돈을 늘리려는 조치다. 이를 통해 현재 38.6%인 육아휴직 기간의 소득 대체율이 60%로 오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할 계획이다.
육아휴직 사용 방식도 개선한다. 현재는 총 1년인 육아휴직을 세 번에 나눠 쓸 수 있는데, 이를 네 번으로 확대한다. 또 방학 등 짧은 기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고려해 연 1회 2주(맞벌이 각각 2주씩)의 ‘단기 육아휴직’을 새로 도입한다. 정부는 올 하반기 단기 육아휴직의 구체적 기준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아빠(배우자) 출산휴가도 길어진다. 기존에는 근무일 기준으로 10일이었으나, 20일로 늘린다. 이렇게 되면 공휴일을 포함해 한 달을 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출산 이후 적어도 한 달은 아빠가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육아휴직 제도 개선과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은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초 시행을 목표로 국회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연차, 월차 등 하루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 휴가 사용도 활성화한다.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 병원 데리고 가기도, 학교 상담을 위해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사용 시기를 확대하는 등 유연하게 적용한다. 현재는 출산휴가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대체 인력 지원금 대상도 육아휴직까지 늘리고, 지원액도 기존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올린다. 난임 시술 지원은 현재 총 25회에서 앞으로는 아이 1명당 25회씩으로 확대된다. 첫째 아이를 난임 시술로 출산한 후 둘째 아이부터 시술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다. 가임력 보존이 필요한 남녀를 대상으로 난자·정자 동결 및 보존비도 지원키로 했다.
유연 근무·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기업들은 정부 입찰 사업에서 우대한다.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자율 공시 기준에도 육아휴직 사용률 등을 포함해 ‘일·가정 양립 경영’을 유도한다. 휴직 등을 쓰는 직원들이 ‘눈치 보는’ 구조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다만 정부 대책이 저출생을 반전시킬 정도인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육아휴직·출산휴가
육아휴직은 만 8세 또는 초교 2년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유급으로 최대 1년 휴직하는 제도. 자녀 1명당 1년, 동일 자녀에 대해 엄마 1년, 아빠 1년 사용 가능하다. 출산휴가는 여성이 출산 전후 90일(다태아 120일)을 쉴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배우자(남편) 출산휴가를 현행 10일(근로일 기준)에서 20일로 확대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