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의료계 내부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에 대해 “임현택 의협 회장의 일방적 결정” “의사들은 임 회장의 장기판 졸(卒)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의협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의협이 전날 개원의들이 참여한 집단 휴진 추진 과정에서 의사들에게 참여를 강제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의료계는 의협을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을 이어왔는데, 이 같은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이날 “16개 광역시·도 (의사) 회장들도 임 회장이 (전날)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며 “투쟁의 중심에 서 있는 전공의 대표와의 불협화음도 모자라 대의원회, 시도회장, 감사조차 무시하는 회무(會務)는 회원들의 공감을 받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해야 할 동료지, 장기판 졸이 아니다”라고 했다. 임 회장이 무기한 휴진 방침을 의협 임원들과 상의하지 않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임 회장을 비판했다. 그는 “전일 발표한 무기한 휴진은 의협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임 회장은 입장 표명을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협이 20일 출범시키기로 한 범의료계대책위원회(범대위)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전공의 대표를 위한) 범대위 공동 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했다. 그는 “4월 29일 임 회장이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거절했으며, 의료계에서 이런 소모적 발언이 오가는 작금의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이 ‘(의협이) 박 위원장에게 임 회장과 함께 범대위 공동 위원장 자리를 맡아 달라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 조사관들을 보내 전날 진행된 집단 휴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의협은 사업자 단체로서 구성 사업자(의사)에게 휴업을 강제하면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 단체는 10억원 이내의 과징금을, 관련자들은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파업 참여에 강제성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는 의협이 참여를 강제했다고 법원이 인정했지만,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휴진 때는 무죄가 나왔다.
의협은 이와 관련해 “자발적 참여에 의한 투쟁을 불법 진료 거부 독려로 보는 것은, 의사들의 자발적 저항 의지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의협은 이날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서울의대 비대위 등과 함께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한편 3일째 집단 휴진 중인 서울대병원은 휴진 첫날(17일)보다 붐볐다.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신경과·신경외과 대기실에는 환자·보호자 50명 정도가 있었는데, 이는 17일 같은 시각의 약 2배였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다음 주에도 휴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곧 한계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수도 “수술과 외래를 전면 휴진하는 교수는 거의 없다”고 했다.
환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STOP(스톱) 집단 휴진’ 등이 적힌 이미지를 각종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올리기로 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 재논의 가능 시기는 지났고, 나머지는 협상을 하든 다툼을 하든 정부와 할 일”이라며 “죄 없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