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휴진을 중단하고 정상 진료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이 모두 정상 진료체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17일부터 중증·응급환자를 제외하고 휴진을 해왔다.
비대위는 “전면 휴진을 중단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실시된 소속 교수 대상 투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총 투표인원 946명 중 696명(73.6%)이 무기한 휴진 대신 지속 가능한 방식의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92명은 무기한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교수들에게 “싸움을 그만 두진 않을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의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활동 방식을 묻는 질문(중복응답 가능)에는 응답자의 75.4%가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를 꼽았다. 55.4%는 범의료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65.6%의 교수들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지속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대위는 투표 결과를 알리며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전면 휴진 기간에도 미룰 수 없는 중증, 난치, 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해 왔으나, 서울대병원 특성상 현 상황이 장기화됐을 때 진료 유지 중인 중증 환자에게도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의료 대란 속에서 환자 곁을 지켜왔고 휴진 기간에도 꼭 봐야할 환자를 선별하고 진료해온 교수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전면 휴진 결의 이후 정부는 전공의 처분 움직임을 멈추는 등 유화적 태도 변화를 보였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을 발표하고, 의협 해체 발언을 하는 등 여전히 의료계를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무너져가는 의료, 교육 현장을 하루하루 목도하고 있는 우리는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정부에 더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을 요구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며,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책 수립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이를 위해 의료계 전체와도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