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놓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20일 대구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에 전공의 부재 관련 안내가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 중단을 선언했지만,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의 핵심인 이탈 전공의들은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2020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부터 의료 파행 사태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결정적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공공 의대 설립’ 등을 앞세워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전공의들은 현장을 이탈했고,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 지난 2월부터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상당수가 그때 의대생이었다. 의정 대치 끝에 최대집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대 증원 정책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부·여당과 파업 중단에 합의했다. 개원의들은 휴진 계획을 접었고 파업하던 전공의도 병원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과 공공 의대 설립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수업과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생들만 ‘낙동강 오리 알’이 됐던 셈”이라고 했다. 당시 정부는 사태 초기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코로나 확산으로 의료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줬다.

현재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4년 전 단체 행동에 나섰다가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고, 국시도 우여곡절 끝에 치른 기억이 남아있다고 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이런 ‘트라우마’ 때문에 의료계 내부의 대화에 부정적이고, 정부와도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교수들을 겨냥해 “착취 사슬의 중간 관리자”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을 향해서도 “뭐 하는 사람이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 교수는 “2020년 사태로 의협과 현재 전공의들의 신뢰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깨진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의료계 단일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등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정작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전공의와 의대생”이라며 “이들을 설득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사태 해결의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