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시작했지만 북적이는 세브란스 - 일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27일 ‘무기한 휴진’을 시작했지만,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엔 환자들로 붐볐다. 평소보다 외래는 약간 줄었지만 수술은 변함이 없어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고운호 기자

“정상 진료 중입니다.”

27일 오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대형 전광판에는 이런 문구가 떠 있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은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등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외래진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0% 정도 감소했다. 서울 빅5(5대 대형 병원) 중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병원은 휴진을 중단했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휴진을 유예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다음 달 4일 휴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계에선 빅5 병원 휴진 불씨가 거의 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 호흡기내과 진료 대기실에서 만난 윤모(78)씨는 “병원을 이용하는 데 특별히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평소와 비슷하다”고 했다. 작년 10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아내와 병원을 찾은 김모(53)씨는 “2주 전 외래진료를 예약한 후 파업 소식을 듣고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예약에 차질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일부 교수의 휴진으로 예약이 밀린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병원 본관 5층 뇌신경센터 앞에서 만난 한 여성 고령 환자는 “버스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읊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혈액검사 결과를 보기로 한 날이었는데 담당 교수가 휴진하면서 다음 달 4일로 진료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4개월 전 어깨 수술을 받았다가 상태가 안 좋아져서 병원을 찾았다는 최진기(67)씨도 예약이 밀린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방문했다. 최씨는 “새벽 일찍 일어나 경기 파주시에서 버스와 전철을 타고 2시간 넘게 걸려 왔는데 헛걸음했다”고 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외래 휴진이 5~1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술은 줄어들지 않았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브란스병원의 집단 휴진 방침에도 정부는 대부분 교수님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선 ‘의료 공백 장기화 사태 병원·환자·산업계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서이슬 한국PROS(프로스)환자단체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12년생인 저희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프로스라는 희소 질환을 진단받았다. 아이에게 쓸 수 있는 임상 약물이 하나 있고 이 약물을 쓰려면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데 전공의 이탈 사태로 검사가 4월에서 5월로, 다시 8월 말로 미뤄졌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프로스는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복합 혈관 희소 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