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원 소속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사직하는 전공의들도 오는 9월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수련 도중 사직하면 1년 내 같은 전공과·연차로는 복귀할 수 없도록 한 현 규정을 바꿔, 올 9월부터 다른 병원의 ‘동일 과·연차’로 일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사직 전공의가 조기에 돌아올 수 있게 길을 터줘서 복귀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가 속한 일부 수련 병원(대형 병원)의 원장들은 최근 보건복지부에 ‘1년 내 동일 과 복귀 금지’ 내용이 담긴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이 규정을 풀어 당장 오는 9월부터 복귀가 가능하도록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전공의 모집은 매해 연초에 해서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9월의 후반기 모집은 일부 결원을 충원하는 목적이어서 모집 인원이 극소수다. 전반기에 사직을 한 전공의는 정부 지침에 의해 ‘사직 1년 이내’ 기간인 그해 후반기엔 어떤 병원이든 같은 과·연차로는 지원을 할 수 없었다. 사직한 해의 후반기 모집에 응시하려면 다른 과로, 전공의 1년 차부터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이 규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현재 9%(900여 명)대인 전공의 복귀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전임의(세부 전공 중인 전문의) 복귀율은 이미 70%를 넘었지만, 전체 인원이 3000명 정도로 적기 때문에 결국 전공의 복귀가 관건이다.

그래픽=이철원

정부 관계자들은 “현 지침을 유지할 경우, 병원을 옮겨 수련을 하려는 사직 전공의들은 내년 9월에나 복귀가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상당수 전공의들은 이번 사태가 터진 뒤 원 소속 병원 교수와의 마찰 등 이유로 병원을 옮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원 소속 병원으로 복귀할 전공의는 그대로 복귀하게 하고,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자 하는 전공의들도 조기 복귀가 가능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이렇게 되려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1만명의 거취가 명확해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 4일 올 2월 발동한 ‘전공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전국 211개 수련 병원들은 소속 전공의들의 복귀·사직 의향을 최종 확인 중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사직 의향’을 묻는 병원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해제한 이후 복귀나 사직을 최종 결정한 전공의는 100여 명 정도”라며 “나머지 9900명 전공의들은 전화를 받지 않거나 거취 결정을 못 했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지난 25일 브리핑을 통해 “수련 병원장들은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표 처리를 6월까지 마무리 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다음 달 초쯤엔 이탈 전공의들의 거취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수련 병원장들이 “거듭 전화를 하는데도 받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해선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편 일부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30여 명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측을 만나 의료계 협의 기구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 전공의가 참관 형식으로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직 전공의 정근영씨는 간담회 후 취재진에게 “전공의들은 의협에서 진행하는 것(논의)을 더 오픈하면 좋겠다고 했다”며 “올특위 회의에 참관 형식 등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