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섭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 겸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

정순섭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는 1일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체계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구조”라며 “현재 상태에서는 (필수 의료를 위한) 조정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수가 산정 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해서라도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는 등 합리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의료 수가는 보건복지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건강보험 가입자, 의약계 및 공익 대표가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수가는 6000여 개 의료 행위에 대해 각각 업무량, 장비 수준, 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긴 ‘상대가치점수’를 토대로 산출한다. 즉 법정 심의·의결 기구에서 이해 관계자 간 논의를 거치며, 국민 의료비 총액을 억제하는 가운데 필수 의료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상대가치점수)도 뒀다. 하지만 정 이사는 “(현실에서는) 과별로 ‘몫’이 나뉘어 있다. 과별 이해관계 때문에 수가 조정이 안 된다”고 했다.

정 이사는 “진료·수술·검사 등 행위의 경중에 따라 상대가치점수를 매겨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쉬운 수술이나 검사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가 매겨져 있고, 난도가 높은 복잡한 수술은 저평가돼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외과 수술을 기준으로 다른 수술·검사의 경중을 평가해 수가를 매긴다고 한다.

상대가치점수의 기계적 책정도 문제로 꼽았다. 정 이사는 직장암을 예로 들며 “재발했을 땐 조직 내 유착이 생겨 들러붙어 있는 경우도 있어 난도가 크게 올라간다”며 “이 재수술은 10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2~3시간 걸리는 첫 수술과 수가가 같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수가의 ‘근본적 재검토’ 방식에 대해 “저평가돼 있는 항목과 고평가돼 있는 항목을 따져보고 저평가되어 있는 걸 올리자는 것”이라며 “진료과와 관계없이 중증 처치, 수술 등 행위에 대해서만 (수가를 더 주도록) 나누자는 의미다. 재평가를 통해 합리적으로 모자라는 데다가 더 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 이사는 “필수 의료 의사들은 항상 중환자와 맞닥뜨려야 하는데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 지원자는 줄어들고 있다”며 “이를 당장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