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중립적이고 공정한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 /뉴시스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와 의대 교육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충돌했다. 안덕선 의평원 원장이 최근 “(증원된) 비수도권 의대 상당수가 교육·수련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표시하자, 교육부가 “근거 없는 예단”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의평원은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의대 정원을 늘린 대학들이 인증에서 탈락한다면 전공의 집단 사직, 의대생 수업 거부, 증원 집행정지 신청 등을 감수하며 정책을 밀어붙인 정부로선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4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이 의학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근거 없이 예단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해서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은 의평원으로부터 의대 교육과정과 교육환경에 대한 평가 인증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입학정원 10% 이상 증원 등 주요 변화가 생길 경우도 인증을 거쳐야 한다.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의과대학 가운데 증원 폭이 작은 연세대(미래캠퍼스)와 인제대를 제외한 30개 대학이 인증 대상이다.

인증을 받지 못하는 의대는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거나 신입생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평원 의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비수도권 의대 상당수가 교육·수련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오 차관은 이날 “정부는 의평원이 애초 설립 목적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촉구한다”며 “현재 (의사 위주) 전문가 중심의 운영체계에서 소비자 단체, 교육 민간 전문가 등 공익대표들까지 포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의평원 이사회는 2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18명이 의사고 의협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의료계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공익대표’를 통해 정부와 환자단체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의평원 측은 “지금까지 중립적으로 잘 해왔고, 우리가 그렇게 활동하고 있으니까 정부도 평가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학 교육(의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기 위해선 교육 현장에 필요한 지원과 요구를 하는 것이 맞지 의평원의 중립성을 거론하는 것은 당황스럽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