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92개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4일 환자단체가 “의사들은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로 정부를 압박하는 행보를 중단하고 의료 공백을 신속히 정상화해야 된다”며 “이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했다. 이들은 의료계 집단 행동을 법으로 금지하는 ‘재발방지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여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 촉구 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환자·보호자 등 3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의료 정상화 재발 방지법’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집단휴진 철회하고 의료공백 해소하라” “환자없이 의사없다 집단휴진 중단하라” “반복되는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 박하은(23)씨의 어머니 김정애(68)씨도 이날 발언대에 올랐다. 박씨는 지금도 3세 수준 지능에 양손은 손가락이 하나씩만 있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중증 장애를 갖고 있다. 김씨는 그런 하은씨를 입양해 남편과 함께 23년간 길렀다.

‘하은 엄마’로도 알려진 김씨는 이날 “의정갈등 해소용으로 환자들 생명이 볼모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니다”라며 “그냥 아플 때 아무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시 우리 대한민국에서 환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의사 파업은 없도록 법안으로 원칙을 세워달라”고 했다. 의료계 집단 행동을 금지하는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이다.

김씨는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해 “2월부터 전공의를 위해 무엇을 했나. 이제서야 휴진이란 무기로 정부와 환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의협은 당당하게 정부와 대화하고,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달라. 그래야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그저 단 한 가지 2000명에만 꽂혔다. 이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지금까지 파업하지 않고 각 병원에서 환자 곁을 지켜주시는 의료진께 큰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마지막 순서로 발언대에 오른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오늘 환자들이 보신각에 모인 이유는 우리 환자들이 의정 갈등으로 희생돼도 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의사와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정부를 향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사 수 수급추계 전문위원회를 신속하게 제도화해달라”며 “내년부터는 지금 같은 논란과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원을 결정하고 조정해달라”고 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아부해서 표를 끌어 모으지만 막상 당선되면 환자 목소리보다 의사 목소리에 훨씬 더 호응한다”며 “아직 깨끗한 22대 국회는 21대 국회가 외면한 ‘의료계 집단 행동 재발방지법’을 신속히 만들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