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대한응급의학회 김인병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4일 본지 인터뷰에서 “응급실에서 전공의가 대거 떠난 후 교수들이 떠맡아 일을 하다가 결국 하나둘 병원을 떠나고 있다”며 “대부분 의료 체계에 대한 실망감, ‘응급 의료를 왜 해야 하느냐’는 생각으로 병원을 떠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월 의정 갈등 사태 초기 명지병원에선 응급의학과 전공의 8명이 모두 병원을 떠났다. 남아있던 응급의학 전문의 14명이 빈자리를 채우다가 최근 3명이 그만뒀다. 김 이사장은 “전공의가 하던 일을 남은 의료진이 하게 되면서 탈진 상태에 이르렀고, 자연스럽게 신규 환자 진료를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특히 지방 의료가 심각하다. 전공의가 많은 지방 국립대병원들은 굉장히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상당수가 올해 수련을 포기하면서, 내년에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소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개원으로 빠지지 않고, 응급 의료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낮은 수가는 응급 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 이사장은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중환자를 받으면,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4~5명이 필요한데 그렇게 1시간 사투를 벌이고 받는 수가가 10만원에 그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응급실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남은 의료진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김 이사장은 “응급실은 응급 의료 체계의 기본이 되는 곳”이라며 “전공의 해법을 포함한 우리나라 필수 의료 문제 해결은 응급실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