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의정갈등 관련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전국 병원에 이달 15일까지 전공의 결원을 확정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소속 전공의들이 사직할지 복직할지 여부를 확정하라고 병원 압박에 나선 것이다.

9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각 병원에 공문을 보내 이달 15일까지 소속 전공의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전공의 비중이 큰 대형 병원 입장에선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축은 불이익이다.

서울 빅5를 포함한 주요 대형 병원은 전공의 사직·복귀 여부를 확정 짓기 위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대병원은 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공의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필요시 관련 부서와 협의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0일 병원장을 포함한 임상 과장들이 모여 전공의 현안에 대해 회의하기로 했다. 서울성모병원이 소속된 가톨릭중앙의료원도 같은 날 8개 병원 관계자들이 모여 사직서 수리 여부와 처리 절차, 향후 전공의 채용 계획 등을 논의한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향후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육수련실 관계자는 “전공의들에게 사직·복귀 여부 의사를 묻는 문자를 발송해 마감 기한인 15일 전까지 취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사직서 수리 시점과 같은 예민한 문제를 결국 정부가 개별 병원에 다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사직 처리하는 데 보름에서 한 달 걸리는데, 이렇게 촉박하게 하면 추후 정상적인 사직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이날 전공의들의 사직 수리 시점을 2월 29일 자로 하기로 합의하고, 정부에 이를 수용토록 제안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난 2월 이후 6월 초까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의 효력이 유지된다며 일단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