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7일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211개 수련병원장 모임인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전공의들의 사직 수리 시점을 2월 29일 자로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정부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공의 사직 시기를 놓고 병원과 정부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10일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직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 발생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난 2월 이후 6월 3일까지는 명령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복지부는 또 “사직 후 9월 하반기 모집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게는 수련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사직 전공의들이 오는 9월 ‘같은 과·연차’로 복귀가 가능하도록 올해에 한해 일시적으로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 9월에 복귀하지 않으면 일러야 내년 9월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병원이 2월 29일 자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게 되면 내년 3월에 복귀할 여지가 생겨 정부의 이런 특례 조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앞서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날 오후 온라인 회의를 열고 사직 의사를 밝힌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2월 29일 자로 일괄 수리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사직 수리 시점을 2월로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했다.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이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다.

협의회 측은 지난달 4일 정부가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면서 각 병원장이 사직서 수리 권한을 갖게 됐기 때문에 합의한 대로 사직서를 2월 29일 자로 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정부가 (전공의의 사직 처리는) 병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취지로 여지를 준 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