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2월이냐, 6월이냐.’

전공의들의 사직 수리 시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맞서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장 모임인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지난 9일 회의를 갖고 전공의가 사직을 원할 경우 2월 29일 자로 수리하기로 했다. 그간 다수 전공의는 “만약 6월로 사직 처리되면 2~6월 무단 이탈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퇴직금도 못 받을 수 있다”며 2월 사직 수리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2월 사직 수리는 병원·전공의 간 사적 합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병원이 2월로 수리할 수는 있지만, 병원과 전공의 간 계약에서 퇴직금과 4대 보험료 정산 등에 적용되는 것일 뿐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사직 수리 시점은 아니라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사직 효력은 원칙적으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 발생한다”며 “사직 후 9월 하반기 모집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겐 ‘수련 특례’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 규정상 사직서 수리 시 1년 내 같은 과·연차로는 복귀할 수 없다. 하지만 복지부는 올 하반기 모집에 한해 복귀를 허용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6월에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병원에서 ‘2월 사직 수리’를 하더라도 사직 전공의는 내년 3월이 아닌 내년 9월 이후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병원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9월 전 최대한 전공의들을 복귀시키겠다는 구상인 만큼 ‘2월 사직 수리 후 내년 3월 복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2월로 사직 수리 시, 병원·정부를 상대로 한 전공의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당하게 낸 사직서의 수리가 지연돼 금전·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의대생 소송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2월 사직서 수리를 소급해 민사상 허용한다면, 2~6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은 위법·무효”라며 “전공의들은 의사 경력 1년을 날렸으므로, (정부를 상대로) 일반의 평균 연봉 3억원, 1만명이면 3조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수련병원협의회가 ‘사직서 처리 기한을 15일에서 22일로 연장해달라’고 한 데 대해선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병원은 기한 내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